금리와 성장주의 주가와의 관계
어제는 펠로시에 대만 방문으로 인해 숨죽이고 있었던 시장은 펠로시가 한국으로 뜨자마자 다시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다우와 에센피가 모두 1%대 중반으로 올랐고, 나스닥은 무려 2.6%나 올랐습니다. 결국 어제와 같은 하루짜리 이벤트는 그냥 무의미한 노이즈에 불과하고, 혹시라도 사려던 자산이 있으면 노이즈에 의해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싸질 때 사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죠.
최근 나스닥이 다우와 에센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어제도 잠깐 설명드리긴 했지만 장기채권 수익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다는 것은 미래의 금리 전망이 낮다는 뜻이고, 낮은 금리 환경에서 기업의 버는 돈의 평가는 상향됩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요구수익률이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죠. 가장 안전한 은행금리가 2% 일 때는 10%의 수익률도 엄청나 보이지만, 금리가 5%가 되면 10%의 수익률의 매력은 급감합니다. 현재 80만원짜리 기업이 3년후 100만원 기업으로 성장하다면, 금리가 2%일 때 25% 성장은 매력적이지만 금리가 10%가 된다면 3년동안 25% 성장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게 됩니다.
나스닥에 있는 성장주 기술주들은 대부분 지금 벌고 있는 현금흐름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에 프리미엄을 감안한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요구 수익률이 낮아질수록 이 프리미엄은 반대로 증가하는 것 입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장기수익률이 낮아지게 되면 반대로 가격 부담은 사라지고 나스닥에 유리한 환경이 되는 것이죠.
다만 단기적인 금리전망은 여전히 그렇게 꽃길만은 아닙니다. 어제도 연준위원중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가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뜨거운 수준이며, 금리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최종금리를 3.75%~4%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보고 있는 올해말 최종금리는 3.25~3.5%죠. 그렇다면 시장예측 금리보다 0.5%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굉장히 매파적인 발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준의원들의 이런 성향이 단기적인 금리에는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남은 FOMC에서 실제로 금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인 정책이 시행된다면 시장은 또 한번 발작을 하겠죠. 그 발작이란 우리가 다시한번 살 기회를 주는 발작을 말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시장이 또 계속 오르기만 하니 벌써부터 불안해지신 분들이 나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일단 올랐으니 조금 팔고 내리면 다시 사야할까?
여기서부터는 투자 마인드에 관한 얘기를 조금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영상 하나를 각잡고 만들어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드렸는데 최근에는 그냥 영상 중간중간에만 조금씩 말씀드리고는 했죠. 오늘은 조금 길게 얘기를 드려볼테니 한번 차분한 마음으로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가가 요즘처럼 오르는 시기가 오면 고전적인 두가지 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런 얘기들이 들려온단 거 자체가 더이상 약세장이 아니라는 얘기기도 한데요. '너무 오른거 같은데 일단 팔았다가 내려가면 다시 살까요?' '기다리면 다시 내려옵니다' 이 두부류의 말들을 앞으로도 끊임없이 보게 되실 겁니다.
그런데 이 말들을 하시는 분들은 애시당초 투자에 대한 관념자체가 잘못되어 있으신 겁니다. 이렇게 투자를 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
1)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
2)한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서 거래하려고 하는 점
3)가치가 아닌 가격만 보면서 사고 팔려고 하는 점
이 세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희박합니다. 물론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고, 다음에 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번 잘못 성공한 경험이 쌓이면 더 위험한 지옥으로 빠져드는 겁니다. 독이든 사과란 걸 모르고 맛있게 삼키죠. 하지만 카지노는 초보 도박꾼이 언제까지 승리하게끔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다음번 또는 그 다음번 게임에선 무자비하게 모든걸 빼앗고 내쫓아 버립니다.
시장이란 건 상승과 하락이라는 기본적인 메카니즘에 의해 움직입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여름이 있으면 겨울이 있는 것과 같이 자연의 기본적인 순리를 따릅니다. 거대한 추세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외에도 작게 보면 한달 안에서도 오르고 내리는 흐름이 있고, 주단위로도 오르고 내리는 흐름이 있으며, 더 작게 보면 하룻동안에도 오르고 내리는 흐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오른 가격은 또 어느 정도 내립니다. 이건 자연의 섭리죠. 가격이 오르면 사려고 노려보고 있던 사람들은 너무 비싼 거 같으니 떨어지기만을 기다립니다. 반대로 싼 가격에 샀던 사람들은 지금 팔면 조금이라도 이익을 볼 거 같으니 팔고 싶어집니다. 이 두 심리가 만나면서 일명 조정이라고 부르는 상승 후 하락 패턴이 만들어 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이렇게 시장은 일방향으로 계속 흐르지 않고 그 안에서 나름의 파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 파장을 파도타기처럼 잘 이용해서 조금 오르면 팔고 조금 내리면 다시 사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라 착각합니다. 네, 이건 명백하게 착각입니다. 지나간 차트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거 같죠. 그리고 무언가 명확한 규칙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그 규칙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유혹에 더 잘 넘어갑니다. 그리고 타이밍을 연구하는 공부를 하다보면 일순간 내가 시장을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되죠.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몇번 예측이 들어맞는 행운을 주더라도 어느 순간 냉정하게 돌아서버립니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가장 많이 공부하고 가장 관심있는 주식부터 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주식이 조금 오르면 팔아 버리죠.
그렇게 하고 다시 가격이 내려가면 좋은데,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가격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자기가 팔고 나서 그렇게 올라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에 팔았던 가격이 생각나서 그것보다 더 비싸게는 사기 싫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주식과 비슷한 다른 주식에 기웃거리게 되죠. 그리고 그 주식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그 다음에는 더 모르는 다른 주식을 기웃거립니다. 거기서도 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됩니다. 이쯤되어 더이상 눈에 띄는 주식이 없자 자기가 맨처음 팔았던 가장 잘알던 주식의 가격을 다시 확인합니다. 엄두도 못낼 만큼 비싸져 있습니다.
자기가 연을 끊어 놓고는 저 주식과 나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다시 다른 주식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몇번 반복되다보면 처음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주식들까지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과정이 몇번 반복되면 소위 말하는 잡주라고 하는 것에까지 손이 뻗치게 되죠.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슬슬 이익만 보는게 아니라 손해도 보기 시작합니다. 애시당초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샀으니 가격이 내려가면 버틸 수 있을리가 없죠. 손절을 할 줄 알아야 고수다 라는 그럴듯한 말을 같다 붙여서는 손절하고 나서 자기 위안하죠.
또 일부는 끝내 손절 못하고 존버는 승리한다 나는 지금 물려 있는게 아니라 장기투자를 하는거다 라고 정신승리하며 갑자기 장기투자자가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이건 장기투자가 아니죠. 가치를 보면서 투자하는게 아니라 가격만 보면서 투자하다가 물려버려서 자기가 산 가격이 오기만을 노심초사 기도하고 있는 건 장투가 아니라 그냥 존버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아비규환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내가 이미 팔아버렸던 주식의 올라버린 가격과 지난번 손절한 금액을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다음 주식에서는 대박을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야는 더 좁아지고 판단은 더 조급 해집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삼성전자로 주식을 시작하지만, 결국 밈주식, 테마주식까지 손을 대다 시장에서 사라지는 개미들의 전형적인 슬픈 일대기 입니다.
이런 슬픈 일들이 왜 일어나는 걸까요? 투자를 본질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빠르게 돈을 증식시키는 수단인 돈놓고 돈먹기 더 냉정한 말로 도박으로만 보려해서 그렇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투자에 대한 이해와 돈에 대한 관념이 잘 못 세뇌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더 자세히 얘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시장은 또 오만가지 재밌는 사건들로 분주할 겁니다. 굳이 하루에 모든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천천히 얘기를 드릴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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