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주가를 확인하신 분들은 이게 뭔 일이지? 전쟁이라도 났나 하셨을 겁니다. 어제 잭슨홀 미팅의 여파로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있었는데요.
미국 주식 시황
파월 연준 의장은 금요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나와 물가 안정이 연준의 중요한 임무이고,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가라앉은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당분간 추세 성장을 밑도는 기간이 필요할 거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당분간 경제가 안 좋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잡는데 총력을 다 하겠단 뜻입니다. 이 발언의 여파로 미국 주식 시장은 급격한 변동성에 휩싸였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3% 이상 하락했고 나스닥은 거의 4%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다렸다는듯이 시장이 우르르 무너지긴 했지만 파월의 발언은 원래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파월이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계속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월 금리인상폭 예상도 원래부터 9월에 0.75% 인상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죠. 심지어 파월 연설이 있기 전인 어제자 기준 한창 가장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0.75%인상쪽이 63%까지 올라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61%로 떨어졌죠. 그러니까 실제 파월 연설로 인한 금리 상승 가능성은 시장이 알고 있었고, 파월 연설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입니다. 당연하죠. 원래 예상과 별 다른 말을 한 게 없으니까요.
이렇게까지 급락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왜 이렇게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아직 최근 상승분에 대한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고, 실제 이유는 시장은 원래 감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최근 2달간에 걸친 랠리에 대한 조정이 아직 필요한 만큼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스닥의 경우 2달 동안 무려 25%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최근 조정폭은 어제 하락이 있기 전까지 겨우 4% 였습니다. 이 정도면 조정도 아니고 그냥 상승이 잠시 멈춘 정도에 불과하죠. 원래의 시장 분위기가 약세장이었단 걸 감안하면 이건 너무 이례적인 강세입니다. 당연히 바닥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상승한 가격으로 매수하려는 사람들 보다 한번 더 떨어지면 산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겠죠. 따라서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가지고 있던 사람대로, 안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안 가지고 있던 사람대로 가격이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 전체 투자자들의 열망이 반영되면서 의미 있는 가격조정이 나온 거죠. 그러니까 어제의 잭슨홀 미팅은 조정을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 이유, 시장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사람들은 결코 이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잭슨홀 미팅 전에 누구나 파월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할 거란 거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금리인상 예측 변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파월이 강경하게 말을 하자, 사람들의 감정이 한 번에 부정적으로 흘러버립니다. 그리고 가격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면, 이제는 최근 가격도 많이 올랐는데 더 내릴거 같으니 지금이라도 팔자, 하면서 나가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로 인해 가격이 더 내리고, 가격이 더 내리니 지금이라도 팔자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출구 아비규환의 모습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런 상황속에서 기업실적이나 실질적인 금리예측의 변경이 없다는 등의 이성적인 판단은 아무런 참고가 되지 못합니다. 그냥 어떻게든 일단 출구로 빠져나가고 그다음에 이성적인 생각을 해 보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패닉 셀이 일어날 때의 기본 패턴이죠.
시장의 변동성이 투자자에겐 기회
하지만 시장에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은 혼자 정신차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이득입니다. 시장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산이 가지는 원래의 가치와 결코 일치하지 않습니다. 가격이라는 건 사람들이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에 따라 그날그날 바뀝니다. 집 앞에 슈퍼가 있는데 그 슈퍼는 가게 주인 기분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게 주인이 조울증이 심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땐 가격을 마구 할인해 줍니다. 그리고 기분이 나쁠 땐 오히려 가격을 올려 받습니다. 시장은 그 반대이지만 어쨌든 원리는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떨때 그 슈퍼에서 물건을 살까요? 네, 가게 주인이 기분 좋은 날 가서 왕창 사 오면 됩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이 감정에 따라 여기저기 우르르 몰려다닐 때 혼자 정신 똑디 차리고 있으면 그 괴리에서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끔 비관적이 되면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릅니다. 그때 웃음을 참으며 기쁜 마음으로 줍줍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심한 동정심이 들 것입니다. 이 보물들의 가치도 모르고 그냥 기분 따라 이 가격에 팔다니 그래서 앞으로 세상 어떻게 살아갈지 심히 안타까우실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안사면 어차피 다른 깨어있는 누군가가 사갈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렇게 단기적으로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큰 틀안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축 안에서 전반적인 가격이 실제 내재가치 성장 가능성을 밑돌 때는? 네 그럴 땐 그냥 돈이 생기는 데로 그냥 사시면 됩니다. 죽도록 현금 채굴해서 죽도록 자산으로 전환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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