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이 역사적으로 가장 안 좋은 실적을 내기로 유명한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9월 첫날, 잭슨홀 미팅 이후 엄청난 하락을 기록하던 미국 주식은 오늘 의외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무려 5일째 하락을 이어가며 장중 나스닥이 2% 넘게 하락하는 폭락의 폭주를 보이던 시장에 겨우 브레이크가 작동했습니다. 장중 3대 지수가 일제히 반등하여 다우와 S&P는 상승으로 반전하며 끝났고, 나스닥은 미처 상승반전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2% 정도를 말아 올리면 마무리되었습니다.
미국 고용지표 계속 강세
우선 어제 시장이 급락하다 상승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첫째로 장 시작 전에 발표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주 연속 하락함에 따라 연준이 강조한 고용시장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음이 나타난 게 가장 큰 악재였습니다. 연준은 고용시장의 강세를 이유로 당분간 경기보다는 인플레이션 잡는데만 포커싱을 할 것이란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이런 연준의 메시지가 현재 시장의 연속된 폭락을 발생시킨 주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여전히 고용이 원활하다는 것이 증명되자, 앞으로도 연준의 강력한 긴축이 지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죠. 실제로 10년 물 채권 금리는 급등하여 3.2%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최근 급등한 장기금리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는 강제로 좁혀진 상황입니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더 오래 그리고 금리인하는 더 늦게 이루어질 것이란 예측의 반영입니다. 이러한 예측은 시장에는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중국의 봉쇄
또 하나 중국 청두 락다운을 시작했다는 것도 안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청두시는 현재 900명이 조금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9월 4일까지 모든 주민의 외출을 금지하고 PCR 검사를 지시한 상황입니다. 청두시 자체의 봉쇄는 사실 이전에 있었던 상하이 봉쇄에 비하면 경제적 파급력은 약합니다만, 중국이 앞으로도 어떤 도시든 확진자가 증가하면 다시 봉쇄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경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고, 결국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생산능력이 떨어지면 안 그래도 심한 공급망 악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이 존재하죠. 그리고 공급망 악화로 원자재 등의 가격이 비싸지면 그건 또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중국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미국의 통화정책까지 더 매파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됩니다.
엔비디아의 수출규제와 미중 갈등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서버용 고성능 AI칩 2종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것 역시 증시에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이 소식으로 인해 엔비디아는 당장 다가오는 분기에만 약 4억 달러 정도의 매출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이는 곧바로 엔비디아 주가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소식에 장이 시작하자마자 12%가 넘게 폭락했고, 이 분위기는 안 그래도 안 좋은 시장의 투심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계발 중인 신형 H100칩의 경우 계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고, 또 이를 위한 수출 수입은 허가한다는 소식과 이로 인한 영향이 이번 분기 엔비디아 매출의 6%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생각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낙폭을 많이 회복하여 마무리되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엔비디아 1개 기업의 문제로 끝날 사항이 아니죠. 미국이 이렇게 중국을 타케팅 하여 수출 제한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미중간 갈등을 다시 한번 심화시키는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애플이나 테슬라 등 중국에 상당한 생산비중을 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미중 갈등의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하죠. 이러한 우려들을 모두 포함하여 나스닥이 장중에 2% 가 넘게 하락하는 등 강력한 하락세가 이어진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장 중반부터 강하게 가격을 말아 올렸습니다. 사실 주가가 이렇게 갑자기 말아 올려진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5일간 연속된 폭락으로 매도세가 약해지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 분위기가 일순 반전된 정도로 보시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브레이크가 한번 걸린 건데요. 하지만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별다른 소재가 없다는 점, 그리고 이제부터 역사적으로 시장 최악의 달로 꼽히는 9월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분간의 증시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9월은 최악의 달?
주식시장 역사를 보면 일반적으로 8월과 9월 그중에서도 9월이 가장 최악의 달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흐름까지도 역대 흐름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죠. 6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7월에 랠리를 펼치다 8월에 고꾸라져 마이너스로 마감하고 그 기세를 이어 9월을 스타트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시장의 분위기는 이번 9월도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9월이 하락장이었다고 해서 이번 9월도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딱히 현재의 분위기가 역사적 통계를 반전시킬 만한 근거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 얘기는 9월의 지난 6월에 저점을 시험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뜻이 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이후 10월부터 연말까지는 흔히 말하는 연말랠리와 산타랠리가 펼쳐지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그게 유효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그 이전의 달보다는 강한 흐름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최악의 달인 9월에 지난 6월에 저점에서 이중바닥을 형성하고 연말에 인플레이션의 하락과 실업률의 상승으로 금리인상의 끝을 기대하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는 높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내려 86달러 근처까지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유가는 이란의 핵합의 불이행 가능성과 석유 생산국들의 감산 움직임으로 인해 한때 100달러 근처까지 다시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야기시켰는데요. 최근 유가를 급등시켰던 원인들이 하나둘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하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봉쇄 위험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것도 유가가 향후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원유 역시도 상품이란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달러의 강세는 곧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향후 유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간다면 인플레이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무거운 짐이 덜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통화정책에 주는 부담은 훨씬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처럼 현재 시장은 안 좋은 소식들이 한데 뭉치면서 또다시 최악의 상황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분위기가 좋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모든 것에는 들어오는 흐름이 있으면 또 나가는 흐름이 있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지만, 또 9월이 지나고 10월을 지나 연말이 다가오면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단기 투자자라면 그런 흐름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열심히 예측하고 움직여야겠지만 장기투자자라면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라보는 시간의 지평이 그 흐름을 모두 초월해 있기 때문입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이 여러 번 바뀐 이후를 바라보면서 투자하는 사람에게 눈앞에 요동치는 파동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이런 변덕스러운 흐름을 이용하여 단기적인 이득을 취하려 하기보단 모든 흐름을 그대로 느끼면서 오래 머물러 있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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