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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미국 증시는 오래간만에 강한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나스닥이 이렇게 일관되게 1% 이상 하락을 유지한 날은 요 근래는 드물게 보는 거 같습니다. 일단 내일 소비자 물가가 발표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계감이 기본적으로 있는 거 같습니다. 지난달 9%를 돌파하며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줬는데, 이번 달은 8.7% 정도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여전히 9% 전후의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시장이 크게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경계심리가 어느정도 강하게 있는 상태, 그러니까 휘슬만 불면 바로 움직이려고 준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지난주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원래 9월에 0.5%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던 시장은 현재는 0.75% 자이언트 스텝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7월 미국 소비자 물가 발표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거 같고요. 일단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게 눈으로 확인이 되어야, 연준도 금리인상폭을 재고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다시 한번 투자의 기회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반도체의 부진 시장을 끌어내리다


 그리고 오늘 전반적인 시장의 하락세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 섹터였습니다. 어제 엔비디아가 실적부진을 경고하면서 전체 시장의 투심을 흐리고 있는데요. 이번달 24일 실적을 발표할 엔비디아는 최근 게이밍 분야 그러니까 GPU판매 분야의 부진으로 매출이 예상치였던 81억 달러보다 무려 17% 줄어든 67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이런 실적 부진 예상의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째, 게이밍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팬데믹 때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 및 경기둔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감소하면서 사치품에 해당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줄어든 점이 게이밍을 위한 GPU의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고, 둘째,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간에 걸친 약세입니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채굴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채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였죠. 결국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따른 채굴 수요 감소가 주력상품인 GPU의 판매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엔비디아 만으로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심이 많이 악화되어 있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이크론 조차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거시적인 경제여건 악화와 공급망 부족 문제가 지속되며 3분기 매출이 지난 2분기에 제시한 가이던스였던 68억~76억 달러의 하한치 또는 그 이하로 나올 거 같다는 발표를 하면서, 현재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반도체 산업 육성법이 공표되었습니다. 총 2800억 달러가 투자되는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대한 지원으로 약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도에 20억 달러를 쏟는 등 500억 달러 이상의 직접적인 투자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강력한 지원을 하는 등 간접적 지원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반도체를 위한 법안의 통과도 2개의 주요 회사의 경고에 따른 악화된 투심을 돌려놓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법안 통과 자체는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기 때문에 뉴스에 팔아라 현상만 더 가중되면서 반도체 섹터가 강한 하락을 지속했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를 끌어내린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3분기부터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도?


 지금 시장이 걱정을 하고 있는 건 단순하게 반도체 섹터가 나쁘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반도체 섹터의 실적 하향조정으로 인해 생각보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이번 2분기 실적 발표는 무사히 넘겼지만 3분기 더 나아가 4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진 것이 시장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만 그런 게 아니고 나머지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인 거죠.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아직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경제 전반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하는 건 지금부터다 라는 말을 하면서 현재의 시장 랠리가, 완전한 추세반전이 아니라 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랠리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지금이 약세장 속에 잠시 반등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맞을 수 있고, 추세가 반전되었다는 의견도 맞을 수 있습니다. 또는 당분간 일정 가격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횡보할 것이다라는 의견도 맞을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그럴듯한 이유와 근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게 맞을 것인지 아무도 모르죠. 지금 자기 의견이 맞다고 열심히 주장하는 분석가들도 막상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르륵 뒤로 물러날 것입니다. 시장은 항상 그래 왔습니다. 온갖 예측이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맞을 확률과 틀릴 확률은 동전 던지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무의미한 단기적 변동을 무시하고 투자의 타임라인을 길게 보아야 하는 이유


 그런 예측들은 사실 무의미합니다. 그럼 왜 이 예측들은 이렇게 가치가 없는 걸까요? 바로 시간 지평의 지나치게 짧기 때문입니다. 3개월 후나 6개월 후의 시장이 어떻게 돼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내일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반반입니다. 마찬가지로 몇 달 동안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도 반반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시장은 단기적인 흐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장기적인 추세입니다. 3개월이나 6개월 후에 시장이 어떻게 돼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3년 후의 시장이라면 훨씬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고, 5년 후 10년 후가 되면 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화폐의 구매력은 오늘 이후로도 매년 평균적으로 7.5%씩 하락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가치가 보존되는 모든 것들의 가격은 오를것입니다. 미국주식시장도 연평균 10%씩 오를 것 입니다. 그리고 게 중에 더 뛰어난 기업들의 주가는 더 오를 것입니다. 이건 수학도 아니고 투자도 아닙니다. 그냥 물리적인 현상입니다. 풍선에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을 채워 넣고 띄우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입니다. 

 거시적인 경제환경이란 것도 시간축을 짧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축을 길게 해서 본다면 거시적인 경제조차 미시적인 것이 됩니다. 50%의 동전 던지기가 아니라 100%의 자연법칙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가운데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더 오래 가치를 보존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일뿐입니다. 경제 사이클이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 때까지 여전히 현금흐름이 좋고 내재가치의 성장 추세가 이어질 기업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에 투자를 했다면 이후로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시장이 그런 기업을 잘 몰라준다면 오히려 좋은 겁니다. 

 주머니 안의 송곳은 언젠가는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제 아무리 기업이 실적을 숨겨도 좋은 실적이 계속되면 모두가 알게 됩니다. 현재 미래 그 기업이 가진 가치보다 저평가받는 기업의 가능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도 오르겠죠. 그 시기는 결국 옵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그 이전에 사람들이 아직 모를 때 나만 알면서 최대한 많이 모아두는 게 더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주식을 그리고 자산을 가격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가격과 미래가치의 괴리에서 내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위험이 나에게는 행운이고, 대중의 공포가 나에게는 희망이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확실하게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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