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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주식시장은 오랜만에 강세 전환 한 하루였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올랐고 나스닥은 2%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영국의 장기국채 매입


 우선 표면적으로 주식시장이 반등한 이유는 영국의 장기채 매입 소식 때문입니다. 지난주 감세정책을 밝히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던 영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장기 영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했고, 이 영향을 받아 달러 인덱스가 급락하고 미국 10년 물 채권 수익률 역시 급락했습니다. 달러의 약세는 당연히 바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명목금리인 10년 물 채권 수익률에 하락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 다는 건 수차례 설명드렸죠? 일단 영국의 이번 국채 매입 규모는 생각보다 큽니다. 영국은 오늘부터 총 13 거래일 동안 매일 50억 파운드 그러니까 약 55억 달러씩 총 7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풀어 국채를 사들일 예정입니다. 영란은행은 이번 국채 매입의 이유가 파운드화 안정에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내려가면서 영국 국채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중이었는데, 국채 가격을 안정화시켜 파운드화의 가치 역시 안정화시키겠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이번 조치로도 안정화가 안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대응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영국은 원래 10월부터 양적 긴축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10%에 가깝게 도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오히려 국채를 파는 게 아니라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오히려 파운드화가 더 풀리게 되겠죠? 어제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일시적으로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급락했던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영국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재 영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파운드화 자체가 너무 가치가 없어지자 국채 가격을 올려 일단 급한불을 끄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파운드화는 급락세에서 반등하여 상승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란은행이 영국 국채와 파운드화가 안정을 찾는 적절한 시점에서 조치를 멈출 경우 흐름을 바꿔놓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파운드화는 달러대비 가치가 상승했다

 

미국 집값 드디어 잡히나?


 그리고 저는 어제 나온 이 소식에 사실 가장 주목을 하고 있는데요. 겉으로 봤을 때는 안좋은 소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 기다리고 있던 뉴스가 나왔습니다. 바로 미국의 집값이 월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하락한 건데요. 케이스 실러 지수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해서는 15.8% 상승했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달보다 0.2% 하락했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건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유야 당연히 치솟는 모기지 이자율 때문입니다. 미국의 평균적인 30년 모기지 이자율이 6% 중반대로 접어들었는데 이건 1년 전과 비교하여 거의 2배로 오른 것입니다. 이자율이 1년 만에 2배가 되었으니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의 매도 물량도 늘어났을 것입니다. 따라서 집값이 떨어지게 된 것이죠. 이것은 얼핏 보면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니 나쁜 뉴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의 물가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집값 때문입니다. 미국의 8월 근원 CPI는 6.3%로 그 전달에 5.9%보다 오히려 올랐는데 그 기저에는 높은 집값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값 자체는 당연히 소비자 물가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세제도가 없죠. 대부분 자기 집이 아니면 렌트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렌트비는 무엇에 영향을 받을까요? 당연히 집값의 영향을 받습니다. 집값이 오를수록 렌트비도 오를 수밖에 없죠. 또한 모기지 이자율의 영향도 받습니다. 이자율이 오를수록 집주인들이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자기 집에 자기가 거주하는 비용도 소비자 물가에 들어갑니다. 이걸 자가 거주비라고 하는데, 이 집을 내가 살지 않고 렌트를 주게 되면 얼마를 받게 될지가 물가에 포함이 되는  것입니다. 이 역시도 당연히 집값과 모기지 이자율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이 거주비용에 대한 소비자 물가 반영비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무려 30%가 넘는데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20%대로 반영하고 한국은 10%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가에서 차지하는 집값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기준 하락한 겁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네 소비자 물가지수의 하락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하락에 도움이 되겠죠. 물론 이게 실제 물가에 확연하게 반영되어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끊임없이 오르던 집값과 그로 인해 상승하던 거주비용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소식 자체가 대단히 좋은 것입니다.

 

미국의 집값은 월간기준으로 하락 했다

 

모든 게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물론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런 이유들은 전부 그만큼 나빠진 경기를 대변하는 소식들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경기가 강하다는 굿뉴스들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금리를 높이는 배드 뉴스가 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게 확연히 보이는 배드 뉴스들이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며 금리인상을 멈출 굿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실제로 최악으로 나빠지는 시기에 오히려 주가는 반등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지금은 빠르게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오히려 시장에는 약으로 작용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영국의 국채 매입 소식도 그렇고 미국의 집값 하락도 그렇고 뭐든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는 사라지고 온통 인플레이션과 금리정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철저하게 곰들이 활개 치는 시장입니다. 이럴 때 자산의 미래가치는 철저하게 무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좋은 자산들이 헐값에 거래됩니다. 트레이더라면 타이밍을 기다리다 반등의 시점을 정확히 노리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장기투자자라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의 철학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장기투자자는 자산의 현재 가격이 내재적 미래가치보다 낮다면 안전마진이 증가하기 때문에 언제든 삽니다. 이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자산의 정확한 미래가치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게 없으니 시장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것입니다. 내 자산의 미래 내재가치와 현재 가격의 격차를 정확히 보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과 같은 약세장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행복한 시간입니다. 미래가치 투자자는 일반적인 투자자들과 이처럼 시장을 보는 눈과 투자의 타임라인이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같은 경기장에 있지만 다른 시합을 뛰는 선수입니다. 나와 다른 거리의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페이스에 함께 휘말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마라톤 주자가 바로 옆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페이스에 휘말려 전력질주를 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투자철학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에 전력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된 사람은 그 어떤 험난한 시장에서도 자신의 힘으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내 주거비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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