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또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습니다. 오랜만에 2%에 가까운 강세로 시작한 증시는 장중 -1%까지 떨어지는 수직낙하를 보여주다 막판에 반등하여 보합권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장중 증시가 급락한 이유는 제임스 불라드 총재의 매파적 발언, 채권수익률의 급등과 같은 거시상황의 악화가 1차적 요인이긴 했지만 진짜 이유는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제 장 초반의 급등은 최근 강한 하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라고 봐야 합니다. 증시는 다음 물가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 지수부터 시작하여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떨어진 것이 확인되어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게 될 지점을 분명히 발견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려 할 것입니다.
환율 1500원 뚫을까?
네 그리고 최근 환율이 더 올라서 1430원 근처까지 와 있죠. 주식을 사고파는 게 목적일 경우는 환율은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미 예전 영상에서 설명드렸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특히나 한국 주식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국 경제는 괜찮은 것인가 하는 걱정도 생기실 겁니다. 과거 환율이 크게 급등했던 시기는 대부분 위기 때였습니다. 1997년 IMF,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이 그것입니다. 이중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정도로 올랐던 적은 1997년과 2008년뿐인데요. 외환위기야 우리나라의 문제였으니 그렇다 치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환율은 1570원까지 올랐었습니다.
당시에 2008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1000원대 초반이었던 환율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발하며 불과 6개월 만에 1500원대까지 급등했었습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환율이 오르는 속도는 2008년보다 느리지만 숫자상으로는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충분히 점 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융위기 당시의 환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상황이 그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2008년 당시는 외환보유액이 2600억 달러 정도였지만 현재는 4500억 달러 정도로 거의 2배가 높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금융위기 때는 70%가 넘었지만 현재는 42% 정도로 비교도 안되게 낮습니다.
물론 지난 분기의 38% 대비하여 급등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급격히 높아지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가의 부도위험을 대변하는 CDS 프리미엄도 팬데믹 당시 반짝 치솟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로, 최근 엔저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보다도 오히려 부도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원화 대비 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의 대외 신용도나 원화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달러가 나 홀로 가치 급등하며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유로화의 달러 대비 가치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달러의 나홀로 강세
현재 달러가 이렇게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팬데믹 당시 유례없이 강력했던 통화 완화 정책으로 발생한 역사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시작하며 강력한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사람들은 현금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현금 중의 왕은 달러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위기의 시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둘째로는 러시아로 인해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이 역시 글로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따라서 달러 선호도를 높였습니다. 거기에 러시아 전쟁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에너지 가격이 강세를 유지하거나 겨울에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국제 간에 에너지 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달러 선호 추세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의 나 홀로 금리 상승의 영향입니다. 유럽은 이제 막 기준금리가 1%가 넘었고, 영국도 2%를 막 넘긴 상황에 일본은 아베가 사망한 지금까지도 6년째 아베노믹스 중입니다. 한국 역시 미국만큼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죠.
미국의 독불장군과 어이없는 망언
그럼 미국은 왜 이렇게 다른 나라 눈치를 보지 않고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걸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내수의 영향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수출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또한 달러는 기축통화입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화폐가 세계경제의 곧 중심이기 때문에 대외 변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미국은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불장군식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대외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비 기축통화국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여기에 보너스로 미국의 현재 너무나 낮은 실업률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이 너무 강력하니 국민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임스 불라드 총재가 연말까지 금리를 4.5%까지 올리고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매파적 발언을 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강력한 고용시장과 재정상황을 볼 때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중국에서 글로벌 경제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한 것만 봐도 연준 의원들의 생각을 알 수가 있죠. 그런데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오고 있는 이유가 뭐죠? 미국이 독단적으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당초 그렇게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 할 정도로 물가가 오른 이유가 뭐죠? 2년 전에 미국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달러를 살포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임의 원흉이 자신들에게 있음에도 정작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연준이 왜 이렇게까지 정책 실패를 했는지가 제대로 이해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금리가 독단적으로 급등했고, 그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달러만이 유일하게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를 제외한 모든 통화군, 모든 상품군, 모든 안전 자산군, 모든 위험자산군의 달러표시 가격이 다 함께 하락하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 끝이 보이나?
다만 이러한 현상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은 빠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금리 상승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반면 유럽, 영국,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죠. 따라서 내년이 되면 점점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금리를 역전하게 되면서 달러의 상대적인 강세는 수그러들 예정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지금이 아니라 앞날을 바라보기 때문에 아마 타국가들의 금리가 실제로 미국 금리를 따라 잡기 이전부터 달러 인덱스는 하락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달러 강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자산들의 가격이 반응할 것입니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물론 주식과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들의 가격은 다시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것입니다. 또한 그때가 되면 현재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채권 수익률도 안정화될 것입니다.
현재 채권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총 3가지인데 우선 급등 중인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것이 있겠고 두 번째로 연준이 양적 긴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 각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미국 채권을 팔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부터 금리인상과 달러 인덱스의 급등이 멈추기 시작한다면 이 모든 요인도 동시에 해소됩니다. 따라서 채권수익률은 함께 내려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명목금리 상승으로 줄어들었던 자산군의 미래 내재가치 성장률에 평가도 회복되게 됩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듯 달러의 지금 강세도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과거의 기록으로 보면 언제나 일시적인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는 급격한 하락이 뒤 따랐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결국 영원한 하락의 길을 다시 이어갑니다. 타이밍은 신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열심히 좋은 자산을 꾸준히 모아가면 됩니다. 타이밍은 단기적 트레이딩이나 매크로 추세를 보고 거래하려는 트레이더들에게나 의미 있는 것입니다. 장기투자자의 타임라인은 그것을 초월해 있기 때문에, 타이밍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길게 늘어선 시간의 지평 안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타이밍입니다. 어느 하나의 지점에서 시작하여 또 다른 단일 지점에서 종결되지 않기에 특정한 사이클에 발목 잡힐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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