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소비자 물가에 앞서서 하루 먼저 발표된 생산자 물가가 나온 오늘 시장은 혼조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장중 여러 차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약보합으로 끝이 났습니다.

 

PPI 발표와 FOMC 의사록

 아시다시피 내일은 진짜가 오죠? 시장에 방향을 확정시킬 소비자 물가가 발표되는데 바로 그 전날 답게 쉬지 않고 위아래로 흔들어댔습니다. 일단 생산자물가만 보면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9월 PPI는 전년대비 8.5% 상승으로 지난달에 8.7%보다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보다도 0.2% 높았습니다. 특히나 장 후반에 공개된 9월 FOMC 회의록에서 여전히 물가가 높으며 일단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발표된 PPI수준의 인플레이션 하락으로는 금리인상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입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총재도 오늘 발언을 통해 연준의 입장을 직접 재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둔화하는 조짐이 보일 때까지는 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는데요. 더불어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기준금리를 4%~4.5%까지 올리고 상당기간 그 금리에서 동결하면서 이후 경제지표들을 확인하고 금리를 내려야 할지 올려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매파적이라기보단 비둘기파적인 의견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이 원래 예상하는 연말 금리는 최대 4.75% 포인트였거든요. 근데 카시카리 총재는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서 동결해 놓고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니 오히려 지금 시장의 기대보다 온화한 의견입니다. 어제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긴축정책이 과도하게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는데, 오늘 카시카리 총재가 얘기한 4~4.5% 정도에서 금리를 동결해 놓고 이후 추이를 보면서 조절하면 된다는 발언도 거의 의미가 비슷한 얘기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당분간 피봇 없다느니 되게 매파적으로 얘기한 것처럼 써놨는데, 표면적인 언어에만 매몰되면 이렇게 진짜 의도를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발언을 하는 연준 의원들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 역시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작은 조짐들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카시카리 의원은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현재 연준이 계속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가 강력한 고용시장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제가 여러 번 설명드렸듯 임금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오는 인플레이션의 최종 형태이자 가장 후행성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따라서 연준이 이 임금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눈에 보일 정도로 낮추기 위해 지금과 같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하는 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게 있죠. 가장 후행성이란 얘기는 그만큼 가장 늦게 시간이 지연되어 결과가 나타난다는 얘기입니다. 정작 경제가 죽은 후에야 결과로써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연준에게 후행성 지표에 의존하여 과도한 선택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 연준이 보여줬던 그 한참 타이밍 지난 선택을 반대의 상황인 지금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거죠. 

 

미국의 9월 생산자 물가는 약간 하락했다

 

본방은 역시나 CPI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오늘 발표될 소비자 물가는 중요합니다. 당분간 이 수치를 보고 시장이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예측할 것이기 때문이죠. 일단 예상치는 전년대비 8.1% 상승, 근원 CPI는 전년대비 6.5% 상승입니다.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CPI는 근소하게 하락하지만 근원 CPI는 오히려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예상은 대체로 맞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PPI에서 이미 예고편이 모든 걸 스포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PPI는 전월대비 연간 상승률이 딱 0.2% 떨어졌죠. 그리고 근원 PPI는 전년대비 5.6% 올랐는데 전월비로는 0.4% 올랐고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니까 PPI에서 나온 힌트를 보면 전체 물가는 살짝 하락, 근원 물가는 안 하락 또는 오히려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마 오늘 CPI는 PPI가 알려준 스포일러, 그리고 시장의 예상치와 거의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역시나 CPI가 발표되고 나면 급락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장은 이미 이 예상치에 맞춰서 가격조정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선반영을 한 거죠? 따라서 예상치 정도로 나온다면 아마 오늘과 거의 비슷한 반응일 겁니다. 개인적인 예상을 해보자면 CPI가 7.9% 이하로 나오면 시장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8~8.1% 정도로 예상치 수준이라면 보합권, 8.2~8.3% 정도로 예상보다 약간 높으면 약한 하락, 그리고 전월치인 8.3%보다 높으면 강한 하락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유가가 최근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인플레이션부터 다시 유가 공포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조금 잠잠해지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 부분입니다. 유가가 감산 소식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하락하지 않는 것은 감산이 11월부터로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현재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는 달러로 구매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하면 그 달러를 주고 사야 하는 원유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합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주식을 포함한 모든 달러표시 자산의 가격은 내려갑니다. 이 개념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변화도

 

채권시장 불안 괜찮나?

 다만 의외의 복병이 현재 계속해서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채권시장인데요. 어제도 미국의 10년물 채권 수익률이 잠시 4%를 넘어서기도 했죠. 오늘도 여전히 소폭이지만 상승했는데, 만약 소비자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4%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보니 채권의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오늘 3% 이자를 주는 만기 5년짜리 채권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 3.5% 이자를 주는 채권이 발행됩니다. 여러분이 산 3% 이자 채권은 똥값이 되겠죠? 그래서 기존 채권들의 가격이 하락합니다. 하지만 채권이 주는 이자는 동일하므로 채권을 낮은 가격에 산 사람들의 수익률은 올라갑니다. 따라서 채권의 수익률은 증가합니다.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이게 현재 채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너무 올리니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채권시장의 붕괴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제일 먼저 그 조짐을 보인 케이스죠. 채권 가격이 너무 떨어지니 양적 긴축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채권 매입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영국에서만 일어날 일은 아닙니다. 조만간 다른 나라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거죠. 채권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이 붕괴된다면 그것이 미치는 여파는 엄청나겠죠? 또한 채권시장의 붕괴는 채권 수익률의 급등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10년 물 채권수익률은 주식의 미래 현금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므로, 채권수익률의 급등은 주식들의 미래가치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자산시장의 가격은 강하게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오늘도 여러가지 안 좋은 얘기들만을 하긴 했는데요. 어쨌든 당장은 오늘 발표되는 CPI가 중요할 거 같습니다. 여기서 시장이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에 대해 힌트를 얻고, 연준의 금리정책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달의 성적은 솔직히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 며칠 계속 말씀드렸듯 조짐들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짐들이 현실화되어 나타날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순식간에 전개될 것입니다. 우린 그때까지 최후의 할인 찬스를 열심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고지는 생각보다 먼 곳에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의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다 보면 고지는 어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오면 지금 더 열심히 돈 벌어 더 열심히 못 산 것을 후회하게 되겠죠.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