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금요일 미국 주식 시장은 또 한 번 패닉을 보여줬습니다. 장 초반 나스닥이 2%까지 하락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장 후반부터 어느 정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악의 하루가 되는 것은 면했습니다.
미국 증시 시황
오늘 하락으로 미국 주식은 주간으로 매우 안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다우가 주간으로 -4.2%, S&P는 -4.8%, 나스닥을 무려 -5.5%나 하락했습니다. 이걸로 지난주에 낮은 CPI를 기대하며 미리 올랐던 주가가 모두 무효화되고 오히려 추가적으로 하락한 것이 되었습니다. 주가가 지난주 보다 더 하락한 이유는 다음 주 FOMC 결과를 선반 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FOMC에서 0.5%의 금리인상 또는 0.75%의 금리인상을 두고 금리전망을 시장에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번주 예상외로 높은 CPI가 발표되며 현재는 0.75% 또는 1%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리전망의 평균 수치가 지난주와 비교해 높아진 것이고요. 그 높아진 전망치를 시장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FOMC 전에 미리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FOMC 결과 발표는 다음주 수요일입니다. 아마 그 이전까지 경계감에 추가적인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S&P의 경우 6월의 최저점에서 6.3% 정도 높은 상황인데요. 다음 주 FOMC 결과에 따라 전저점 테스트를 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FOMC 결과는 2가지 측면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9월 금리인상입니다. 현재 시장은 1% 금리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0.75% 쪽에 무게가 쏠려 있습니다. 만약 0.75% 금리인상을 한다면 1%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반면 1% 금리인상을 한다면 0.75% 인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그만큼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향후 통화정책 전망입니다. 이번달은 점도표가 발표되는 달입니다. 연준 의원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도표인데요.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평균 금리 전망이 3.4%, 23년 말은 3.8%였습니다. 이번에 당연히 이거보다 높아져 있을 걸로 예상되는데요. 점도표를 포함하여 파월의 발언을 통해 연준이 얼마나 더 강력하게 긴축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향후 전망이 앞으로의 시장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준의 정책이 문제인가?
그럼 이번에 연준이 예상외로 매파적이어서 금리를 1% 올리고, 앞으로도 강력하게 긴축을 할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시장에 나쁜 걸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셔서는 안됩니다. 물론 이 말은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만 그렇습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관점이 조금 바뀌게 됩니다. 현재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이 얘기는 어차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금리는 계속 오르고 다시 금리인하 하는 시기는 뒤로 늦춰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연준이 지금 온화하게 행동한다고 해도 그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맞을 매 천천히 더 오래 맞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은 더 늦게 잡힐 것이고, 긴축시기는 더 길어질 것입니다. 오늘 페덱스가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20% 넘게 폭락했는데요. 이것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페덱스 주가가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하락한 기록입니다. 페덱스는 글로벌 수요가 크게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낮은 실적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운송주는 보통 경기의 선행지표로 불립니다. 그만큼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경기전망이 안 좋은 이유는 당연히 긴축기조 때문입니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자
현재 경기는 레버리징을 상쇄하는 디프레션 기간입니다. 결국 이 기간이 모두 끝나야 다시 회복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럴려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야 합니다. 긴축이 강화될수록 수요는 더욱 줄어듭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인플레이션은 약화됩니다. 경기가 나빠지고 실업률이 상승합니다. 이때가 되면 금리인상은 중단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 나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금리인하에 들어갑니다. 이게 시장의 순환 사이클입니다.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10년 평균 인플레이션 수치는 CPI가 발표된 9월 13일과 다음날 14일에 잠깐 반짝 상승을 했다가, 지금은 오히려 CPI 발표전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미시간 대학에서 발표하는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지난달보다 하락하여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왜 높은 CPI가 발표 되었는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발표 전보다 더 떨어진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만큼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금리를 더 강하게 올리는 만큼 인플레이션은 더 빠르게 하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빨리 디프레션 기간이 끝나겠죠? 결국 경기의 순환사이클은 돌고 돕니다. 연준이 온화한 정책을 펼치건 강경한 정책을 펼치건 사이클의 속도만 조금 달라질 뿐입니다. 그리고 그 약간 달라진 속도도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큰 의미 없는 속도 차이일 뿐입니다. 지상에 있는 사람에겐 시속 6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와 8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 차이가 엄청 크게 느껴지겠지만, 비행기에서 보면 그 차이는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현재 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0.75% 금리인상이냐 1% 금리인상이냐 하는 것도 어차피 맞아야 할 매, 이번에 맞냐 다음에 맞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단기 트레이더라면 이번에 맞냐 다음에 맞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어차피 맞을 거기 때문에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차라리 먼저 맞아두는 게 심리적으로는 더 편안할 수도 있습니다. 흐름에서 빠져나와야 흐름을 볼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돋보기로 시장을 보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움직임이 너무나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 사이클을 2바퀴 돌 정도의 타임라인으로 시장을 보는 사람은 이 흐름에서 빠져나와 전체를 관조하기 때문에 아무리 급격한 흐름이라도 느리게 느껴집니다. 흐름 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공기에서 도로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흐름에 몸을 내맡긴채 이리저리 휘둘리지 마시고, 거기서 부터 빠져나와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로서도 한 단계 더 성숙해지며 심적으로 편안해질뿐만 아니라, 투자라는 것 자체에 대한 관점이 넓어지고 성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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